오늘은 어딘가로 놀러 가거나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댕댕 트레킹을 다녀와서 우리 가족은 모두 뻗어서 기절했다. 특히 우리 강아지들은 모두 정말로 죽은 듯이 잠에 빠졌다. 한 번도 깨지 않고 일어났을 때는 반나절이 지난 오후였고, 자주 가던 애견 카페를 가려고 했던 계획이 모두 취소되었다. 덕분에 오늘은 가벼운 동네 투어를 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직까지 동네를 다 아는 것은 아니어서 항상 새로운 곳이 출몰하는 게 즐겁다. 이 동네에는 예쁘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공방은 안 보인다. 너무 디자인에만 심취해서 그러는 걸까?
나를 포함해서 몇몇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나는 정말 그랬다. 서울에서 태어난 건 아니었지만,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울에 올라왔고, 지금까지 같은 지역구에 살고 있지만, 이 지역구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이 지역구에서 가장 유명했던 건 대학로였다.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지역이 발전했다.
나는 월드컵 경기장이 되기 전의 그 땅의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산이 있던 것도 몰랐고, 한강도 가까운 것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 굉장히 여러 가지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라는 걸 몰랐다.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고, 월드컵 축제가 끝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가 발전할 거라는 게 와닿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씩 여기저기 공사가 발생하거나 재개발이 일어나는 걸 보고 주변에 우리는 생활이 조금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발전된 이 지역에 살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주변의 이야깃 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내 눈에 보였던 변화는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고, 그 주변에 있는 지저분하게 널부러져 있던 개천이 바뀌면서부터였는데, 영화에서나 보았던 깨끗한 조깅코스가 생기는 게 너무 좋았다.
더 어려서는 우리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가 있는 여의도가 그저 멀리 있는 건 줄 알았고, 그곳으로 가려면 항상 한강을 건너서 가야 했는데, 그 한강이 우리 집에서 한 시간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것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더 웃겼던 게 바로 옆 동네라고 생각했던 신촌이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던 동네와 같은 지역구인 줄 알았던 것 같다. 이유는 홍대의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어이없는 오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카페가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애견 동반 카페가 많다. 애견카페처럼 강아지를 풀어놓을 수 있는 카페가 아니어도 산책하다가 더우면 잠깐이라도 내부에서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점이 좋다. 바로 이런 카페가 많다는 것을 내가 동네 투어를 하면서 스스로 찾아낸 것이 너무 좋다.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도 많다. 빵지순례할 때 꼭 들러야 하는 몇몇 유명한 베이커리도 있고, 무슨 빵이든 단돈 1,000원에 파는 가게도 있다.
어제는 일반 카페이긴 해도 분위기 좋은 카페를 몇몇 발견했고, 배민으로만 봤던 퓨전 음식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동네 투어를 해서 직접 뭔가를 찾아내는 게 너무 좋다.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모험을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정말 이런 것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