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동네 투어

by 아만세(아직 만세를 부를 때가 아님!) 2025. 5. 21.

오늘은 어딘가로 놀러 가거나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댕댕 트레킹을 다녀와서 우리 가족은 모두 뻗어서 기절했다. 특히 우리 강아지들은 모두 정말로 죽은 듯이 잠에 빠졌다. 한 번도 깨지 않고 일어났을 때는 반나절이 지난 오후였고, 자주 가던 애견 카페를 가려고 했던 계획이 모두 취소되었다. 덕분에 오늘은 가벼운 동네 투어를 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직까지 동네를 다 아는 것은 아니어서 항상 새로운 곳이 출몰하는 게 즐겁다. 이 동네에는 예쁘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공방은 안 보인다. 너무 디자인에만 심취해서 그러는 걸까?

나를 포함해서 몇몇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나는 정말 그랬다. 서울에서 태어난 건 아니었지만,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울에 올라왔고, 지금까지 같은 지역구에 살고 있지만, 이 지역구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이 지역구에서 가장 유명했던 건 대학로였다.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지역이 발전했다.

나는 월드컵 경기장이 되기 전의 그 땅의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산이 있던 것도 몰랐고, 한강도 가까운 것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 굉장히 여러 가지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라는 걸 몰랐다.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고, 월드컵 축제가 끝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가 발전할 거라는 게 와닿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씩 여기저기 공사가 발생하거나 재개발이 일어나는 걸 보고 주변에 우리는 생활이 조금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발전된 이 지역에 살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주변의 이야깃 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내 눈에 보였던 변화는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고, 그 주변에 있는 지저분하게 널부러져 있던 개천이 바뀌면서부터였는데, 영화에서나 보았던 깨끗한 조깅코스가 생기는 게 너무 좋았다.

더 어려서는 우리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가 있는 여의도가 그저 멀리 있는 건 줄 알았고, 그곳으로 가려면 항상 한강을 건너서 가야 했는데, 그 한강이 우리 집에서 한 시간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것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더 웃겼던 게 바로 옆 동네라고 생각했던 신촌이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던 동네와 같은 지역구인 줄 알았던 것 같다. 이유는 홍대의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어이없는 오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카페가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애견 동반 카페가 많다. 애견카페처럼 강아지를 풀어놓을 수 있는 카페가 아니어도 산책하다가 더우면 잠깐이라도 내부에서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점이 좋다. 바로 이런 카페가 많다는 것을 내가 동네 투어를 하면서 스스로 찾아낸 것이 너무 좋다.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도 많다. 빵지순례할 때 꼭 들러야 하는 몇몇 유명한 베이커리도 있고, 무슨 빵이든 단돈 1,000원에 파는 가게도 있다.

어제는 일반 카페이긴 해도 분위기 좋은 카페를 몇몇 발견했고, 배민으로만 봤던 퓨전 음식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동네 투어를 해서 직접 뭔가를 찾아내는 게 너무 좋다.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모험을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정말 이런 것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