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 마포구는 우리나라에서 역사책에 나올 정도로 의미가 깊은 한강과 가깝다. 그 옛날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 이 세 나라는 한강을 차지하고 나서야 전성기를 맞이한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 근 100여 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내가 이 망원동에 이사 온 이후에는 밤이 되면 마포인트 나루에 방문해서 출근 도장을 찍듯이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무더위가 시작되어 우리 아가들을 데리고 한강에 방문할 수가 없었고, 대신에 각각 다른 카페로 출근 도장을 찍고, 나 혼자서 한강으로 나왔다. 원래 계획은 오후 3시쯤까지 카페에 방문하고, 우리 아가들은 집으로 귀가시키고, 나는 한강으로 나와 마포인트 나루에서 전동배를 타고 유람할 생각이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전동배가 운행하지 않고 있어서 한강에서 하늘이라는 화판에 그려진 구름과 해를 감상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한강 가까운 장소에 살고 있었으면서 성장기 동안에 한강이 가깝다는 생각을 못 했었다. 교통이 지금보다 발달하지도 않았었고, 그때에도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는 어른과 동행하지 않은 이상은 바로 집 앞이 아니고서는 멀리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었고, 나 스스로도 너무 큰 모험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자란 중학생 때에도 개천을 따라가면 어린 청소년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복지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동네 친구들이 걸어서 망원동 한강공원에 있는 수영장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개천을 따라가면 반드시 한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월드컵경기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개천을 따라 조깅코스가 생기고 나서야 한강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한강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울할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이 한강에 와서 흘러가는 강물을 감상하면서 우울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도 감상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은 강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과 하늘과 구름과 햇빛, 그리고 강 건너편의 풍경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늘과 햇빛과 구름의 패권 다툼이다. 오늘은 구름이 오래간만에 승기를 잡고, 하늘과 해님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하늘과 해님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계속 저항해서, 햇님의 근접 거리까지 추격해 간 구름이 물러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영역을 조금 회복했었고, 그래도 그것이 해님의 최후의 힘인 것 마냥 구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래서 내일이 궁금해진다. 일기예보를 보거나 내일이 되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내일은 비가 올까, 아니면 무더위가 시작되는 걸까, 정말 궁금해진다. 제발 비가 왔으면 좋겠다. 제작년쯤인가 강남이 잠기는 것 같은 악몽 같은 홍수는 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비가 와서 땅이 조금 비옥해져서 먹을 것에 대한 물가만이라도 좀 내려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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