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반려견 동반 카페를 찾아다녔다. 이번 달 초에 연휴가 있어서 더 그렇게 찾아다녔다. 망원동에도 이색 카페들이 많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카페들을 보면, 우리 동네 카페들이 자꾸 평범해 보인다. 그래서 연휴 동안에는 조금 멀어도 하루에 한 군데씩 각각 다른 독특한 반려견 동반 카페를 방문했다. 첫째 날에 방문한 곳은 상암동의 월드컵공원에 있는 반려견 놀이터다. 무료 입장하는 곳이라 날씨만 좋으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처음 우리 아가들하고 방문했을 때, 평소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했던 그래는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고, 조아는 너무 신나서 몇 바퀴를 순식간에 돌았다. 나부터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매일같이 방문했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반려견 카페보다 훨씬 지출이 적었다. 그리고 그것이 뭔가 시너지를 일으켰던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이면,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많은 견종들이 한꺼번에 방문하기 때문에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는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많고 많은 파라솔이나 벤치 의자들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강아지와 보호자가 방문했던 것이 기억난다.
여름에 너무 더울 때나 겨울에 너무 추울 때는 기피하는 곳이지만, 봄과 가을에는 정말 가볼 만한 곳이다.

두 번째로 갔던 곳은 선운각이라는 한옥 카페다. 이곳은 반려견 동반 카페이다. 반려견 동반이 되는 한옥 카페는 솔직히 이곳이 두 번째다. 어느 쪽이 퀄리티가 좋으냐고 한다면 그건 의미가 없다. 둘 다 우리 아가들을 데려갈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위생 관리도 매우 잘되어 있고, 메뉴도 너무 좋다. 첫 번째의 반려견 동반 한옥 카페는 은평한옥마을에 있는데, 그 은평한옥마을은 내가 알고 있는 한옥 마을 중에 거의 제일 최근에 지어진 곳이어서 아무래도 전통 한옥보다는 뭔가 신식 한옥에 가깝다. 그래서인가 선운각은 형태로 볼 때에는 내가 가본 전통 한옥의 특징을 어느 정도 담은 것 같았다.
이 독특한 한옥 카페는 내가 이번에 평소에는 일하느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여동생과 우리 아가들과 함께 즐겁게 힐링하기 위해 찾은 카페다. 처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봤을 때는 서울에 있는 카페라고는 생각 못 했었다. 그리고 이름을 잘못 읽어서 ‘선운각’을 ‘선각사’로 알고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했을 때, 상당히 애먹었었다. 무엇보다 분명 인스타그램에서는 ‘반려견 동반 한옥 카페’라고 읽었었는데, 검색을 해서 본 리뷰나 자료에서 본 선각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반려견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다.
나는 며칠 전부터 여동생에게 선운각이라는 ‘반려견 동반 한옥 카페’에 가보자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당일날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막판에 전철에서 내려서 1.5km를 걸어가야 했는데, 막상 거의 입구에 다다라서 발견한 안내판을 읽은 동생이 내용을 잘못 이해해서 카페 내부에서 강아지를 내려놓는 게 금지인 줄 알고 슬슬 화를 낼 준비를 했기 때문에 더 눈치를 봤다. 카페 내부에서는 리드줄을 착용하기만 하면 내려놓고 같이 돌아다녀도 된다는 직원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실망한 동생의 얼굴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선운각은 조선 왕조의 마지막 기와를 얹어서 만든 한양에서 제일 큰 민간 한옥으로, 현대그룹의 초대 회장 정주영이 정부의 고위 관리들을 접대하기 위해 만든 고급 요정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할 때나 예식 행사에 많이 이용되고, 또 반려견 동반이 되는 카페로도 이용되는 상황이다.
전철에서 내리고 걸어서 관광상품이나, 등산용품점 또는 음식점들이 진열되어 있는 거리를 지나 북한산 입구에 들어서고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 오니, 같은 서울이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은 바로 연못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작은 물고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했다. 이제는 도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이 씁쓸했었는데, 산 밑에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연못을 지나서 선운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본 선운각은 조금 독특했다. 한옥 자체는 대장금 파크에서 본 양반집같이 지어진 것 같은데, 대문의 양옆으로 뻗어져 있는 울타리는 벽돌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선운각만의 멋이 있었다. 주차장과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대문을 보니, 바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개방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안내에 적혀 있는 대로 조금 돌아가서 카페 내부에 들어섰다. 카페 내부는 우리가 본 대문과는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입구에 들어서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왼쪽의 칙칙한 복층 난간을 장식하고 있는 보라색 꽃들이 빛을 내고 있어서, 내부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전통 진열장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카페 직원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반려견들을 카페 내부에서 리드줄을 착용한 상태로 내려놓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커피를 주문하고, 보라색 꽃이 장식되어 있는 복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우리 아가들 산책을 잠깐 시키려고 카페의 후문을 통해 외부로 나갔다.

처음에는 내부 인테리어는 봐줄 만했지만,, 먼 곳에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고 실망했다가 우리 아가들 그래, 조아를 데리고 카페의 후원을 둘러보고는 바로 생각을 바꿨다. 후원의 테이블이 있는 장소는 생각보다 넓고, 선운각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원두막 같은 장소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카페 바로 위의 공간 루프탑(옥상)은 단연 최고였는데, 그 이유는 북한산 배경의 경치라서 내 몸 안쪽의 뇌까지 시원하게 환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차장 앞의 대문 안쪽을 볼 수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대장금 파크에서 본 것 같은 양반집 같은 구조에 놀랐다. 뭔가 사극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양반집 정원은 정말 그림같이 예뻤고, 또 우리 아가들이 사진 찍기에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데려온 풍경에 한번 더 놀랐다. 뭔가 조선의 양반집 본체에 현대인들이 반려견과 함께 앉아 있는 풍경은 지금 이 시대만의 진 풍경인 것 같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엄청 짜증을 낼 준비를 했던 여동생은 나보다 더 신나서 한옥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 아가들 사진을 열심히 찍었고, 카운터로 들어가서 한번 더 우리가 마실 음료와 함께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눈여겨보았던 우리 아가들의 간식을 주문해서 우리가 선택했던 자리에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하고,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한옥으로 연결되어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갔는데, 통로 자체에 꽃과 나무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내부의 산책로로 감상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지나가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본체의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한옥의 이방 저 방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들은 그동안 딱딱하고, 멀기만 했던 양반 저택을 친숙한 카페로 바꿔 주어 서서 너무 좋았다.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동생과 다짐했다.
‘100% 우리 부모님은 좋아하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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