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응암동에 있는 불광천에 왔다. 이곳에서 조아를 걸려서 집에 가기 위해 온 것이다. 우리 집에서 조아는 제일 어린 반려견이다. 그래봐야 올해 9살이고 내년이면 10살이지만, 그래도 젊고 힘세다고 지보다 나이가 많은 그래와 마자를 괴롭힌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왔다. 요즘에는 뜸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조아는 하루에 5 km 이상을 걸어 다녔다. 그리고 이 맘 때쯤의 불광천은 굉장히 예뻐진다. 4월은 벚꽃이 만개한 왕국이 되고, 5월에는 장미꽃을 포함한 다른 꽃들이 만개한다. 그리고 밤에는 조명 장식들이 빛을 발해서 더 아름다워진다. 포토존도 굉장히 많아서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4월 말쯤부터 5월 중반까지 비가 오고, 망원동에서는 좀처럼 꽃밭을 볼 수가 없어서 못 볼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나는 그래, 조아에게 꽃이 달린 모자를 뜨개질로 떠서 씌워주고 만개한 꽃들 가운데에 모델로 앉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비가 오고 또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좀처럼 다른 꽃이 핀 장소를 찾아 볼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꽃들이 만개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왔다가 아름답게 핀 꽃들에게 홀딱 빠져서 감상하고 있다. 처음 조아를 데리고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으로 걸어갈 각오까지 하고 외출한 결과 치고는 허무할 만큼 날씨가 너무 시원하고, 주변이 너무 아름다웠다. 강아지를 산책시킨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부터 걸려서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이동장에 태워서 집으로부터 반경 5km 되는 장소까지 이동한 다음 바로 그 장소에서 조아를 내려주고, 리드 줄을 채워서 같이 걸어서 집으로 걸어간다.
예전에는 내가 그 5km되는 장소까지 걸어갔지만 요즘에는 그게 힘들 때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전철을 타고 이동한 것이었는데, 올해에는 볼 거라는 생각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깜짝 선물처럼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조아도 오랜만에 맡은 꽃냄새, 풀냄새가 반가웠는지,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춰서 냄새 맡는 것을 반복하고, 나와 발맞춰 가다가도 앞서 달려가서 길을 확인하고 바로 몸을 틀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 길로 가자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그럼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고민을 해보고 들어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번에는 들어주었다. 조아는 그것이 신났는지 춤을 추듯이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꽃들과도 너무 잘 어울려서 눈길 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걸어가는 길에 이번에 유독 눈에 띄는 화사한 꽃이 있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불광천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 꽃을 보고 감탄사는 물론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같이 피어있는 초록색 풀과도 너무 조화를 잘 이루어서 더 화사해 보였다. 그래서 표지판에 적힌 꽃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으로는 많이 접했어도 실제로는 처음 본 꽃이라 그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도 사진으로는 볼 수 없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더 알아볼 수가 없었던 그 꽃의 이름은 양귀비이다.
오늘 외출할 장소로 불광천을 선택한 것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오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후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꽃이 달린 모자를 떠서 우리 아가들한테 씌워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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