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페 모임에 나갔다.
이 모임은 당근마켓 중고거래 채팅을 통해 결성된,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올해 초에 처음 가입했고, 그동안 열리는 모임마다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요즘은 모임이 잠잠했는데, 며칠 전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를 봤을 땐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어제, 내가 왜 카페를 좋아하는지 다시 떠올리게 된 순간은 왠지 모르게 간절하고 진심이었다.
카페 모임에 가면 늘 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그 모두가 낯설기도 하고, 동시에 반갑다.
우리는 특별한 걸 하진 않는다. 그냥 앉아 수다를 나누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수다에 참여하는 시간이 즐겁다.
처음 나갔던 날, 나는 말도 거의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순간조차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 목소리가 그리운 날이 많기 때문이다.
목소리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나는 늘 함께 있는 반려동물 그래, 마자, 조아와 지낸다.
이 아이들은 정말 귀엽고, 사람보다 나을 때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때 느끼는 시끌벅적한 생기와 에너지는
반려동물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 가족 이외의 사람은 늘 일이나 용건이 있을 때만 만나는 존재였다.
유치원 친구는 유치원에서, 학교 친구는 학교에서만 봤고,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들도 이사를 가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만 만나는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는 어느새 내게 스트레스이자 부담이 되어 있었다.
‘굳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같은 취미로 사람들과 만난다는 개념도, 그동안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카페에 들렀다.
주변을 그냥 바라보며 앉아 있던 그 순간,
어딘가 갇혀 있던 마음이 풀리는 듯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익숙한 장소였는데도, 그때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꽤 오랫동안 집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을.
- 오늘의 카페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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