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가끔씩 어떤 순간을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그 순간은 기쁠 때에도 있지만, 정말로 후회하는 선택을 했던 순간들이 있다. 지금도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난 이후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그것이 각색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 중의 아주 오래된 각색했던 순간은 고등학생 때에 수련회를 가서 친구들의 오해를 샀던 일이 있었다. 목말라 보이는 친구들에게 음료수를 자판기에서 뽑아주려고 했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한참을 망설인 끝에 휴식 시간이 끝나서 음료수를 주지 못했다. 그 일은 금세 반 전체에 퍼졌고, 나는 친구들에게 욕을 먹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평소에 고마워했던 한 친구에게 먼저 사과를 했는데, 그것마저도 곧 퍼져서 오히려 더 욕을 먹게 되었다.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하는 흉이나 욕들이 심해졌었는데, 그중에서 나에게 대놓고, ‘너 내가 왜 욕을 하는지 알지?’라고 따지는 애가 있었다, 그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응.’이라고 대답해 버렸다..
바로 ‘응.’하고 대답했었던 순간이 내가 ‘아니, 몰라’라고 말할 걸 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되었고, 한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리플레이가 되고, 한동안 되새겼었다.
왜냐하면, 내가 딱히 잘못했던 것은 없었다. 친구들이 나를 멋대로 오해하고, 욕했던 것이다. 친구들의 경솔함을 나도 꾸짖고 싶었다. 솔직히 당사자였던 눈앞에서 목말라하던 친구들 한테도 나쁜 짓을 한 것보다도 나의 눈빛이 본인들을 노려보는 것 같았기 때문에 기분 나빴다고 얘기했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도 아닌 제삼자가 3 나를 욕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고, 부당한 것인데, 그것조차도 말 한번 제대로 안 하고,, 사과를 한 것이 못내 후회되었다. 좀 더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린 것 같아서 더 후회되었고, 그 상황을 계속 머릿속에 그려서 내 생각과 내의사를 제대로 말했다면 바뀌었을 상황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그려본다. 그것이 내가 말한 각색이다.
'아니, 몰라.'
'모른다고?.'
'너희들이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내가 너한테 무언가 잘못한게 있니?'
'아니, 나한테는 아니고 네가 어제 음료수를 마시면서 계속 노려봤다며, 그것도목말라하고 있는 000들을 약 올리면서.'
'나는 노려보지 않았어. 음료수를 나눠주려고 하는데, 긴장돼서 그 애들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더 오래전에 초등학생 때에 우리 아버지의 바로 밑의 남동생, 내가 지금은 제일 어려워하는 작은 아버지가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해외에 원양어선을 타러 가셨다. 지금 회상하면 사실 나는 그때에 작은 아버지를 그렇게 오랫동안 못 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곧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때에는 살아계셨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께 큰삼촌은 언제 돌아오냐고 여쭤봤었다. 그러면 그분들은 00번만 자면 돌아온다고 대답해 주셨는데, 그 밤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셔서 또 여쭤봤고, 또 0000번 만 자면 돌아온다고 대답해 주셨다. 그렇게 도돌이표 같은 문답이 몇 번 오가고 내가 작은 아버지를 잊어갈 무렵 편지가 왔다. 1년에 2~3번 정도의 편지를 교환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내용은 곧 생일이라고 하얀 모자를 쓴 스머프 인형을 선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건 마련할 방도가 없어서 그냥 편지만 보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편지를 잘 써서 보낼 수 있다는 생각과 뜨개질로 스머프 인형을 어떻게든 만들어 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한다. 정말 나는 왜 몇 변이고 이럴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언젠가 작은 아버지가 나한테 아니었지만, 올케가 열심히 차려준 음식을 드셨던 그때였던가, 답례로 편지를 쓰셨었다. 평소에는 현금을 주시다가 갑자기 편지를 써주셨는데, 그때에 내가 인상을 쓰는 바람에 작은 아버지께서 서운해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냥 편지를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편지는 현금과는 결이 다른 것인데, 나는 왜 얼굴을 굳혔을까? 정말 스스로 너무 한심했다. 나의 영유아기의 대부분의 사진은 큰 작은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이 대부분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것이 작은 아버지를 조금은 닮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라도 해볼걸... 하는 후회가 있다.
‘편지를 써 주세요, 오랜만에 작은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싶어요.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회사 소속이었을 때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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